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우리 직장 도서실에 있는 혼자 보기 아까운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책 내용 중에서 공유하고 싶은 내용도 발췌하여 함께 올립니다.
- 제목 :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 작가 : 소노 아야코
* 1931년 도쿄 출생, 소설가, 일본 문예가 협회 이사
* 아시아 아프리카 국제 봉사재단 이사
- 출판사 : 리수 출판사
- 출판년도 : 2004년
♣ 책의 주요 내용
1 . 엄중한 자기구제
○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린다.
아주 적은 돈이나 물건, 시중에 이르기까지 노인들은 받는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민감하다. 이러한 심리상태가 심해지면 그것은 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증거로 보아도 좋다.
○ 가족끼리라면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노인이 되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일종의 응석이다. 자식이 방문하면 즐거운 화제를 생각해놓고, 절대로 그 기회에 푸념을 늘어놓는다던지 불평을 토로하는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체력과 수입의 범위 안에서 가능한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여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자식을 맞이해야 한다.
○ 나의 생애는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것
거의 100명중 97,8명이 자신의 일생은 텔레비젼 드라마와 같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을 특별한 경우인양 생각하는 것은 역시 너무 무른 생각일지 모른다. 아무리 평범한 삶처럼 보여도 인간의 일생은 어느 누구의 것도 위대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의 생활방법을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할 것
나이 50이 되어 느낀 것은 이미 이 나이쯤 되면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꾸어 놓으려 하는 것은 교만이다.
○ 명랑할 것
외형만이라도 좋다. 마음속에서부터 명랑하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은 그런 위선적 행동은 아무리 많이 해도 좋다. 명랑하게 행동하는 것은 세상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에 상처받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센티멘탈리즘일 뿐이다.
○ 젊음을 시기하지 않을 것 젊은 사람을 대접할 것
노인이 제일 먼저 잃는 것은 ‘어른다움’이다. 노인은 언뜻 보기에 누구나 쉽게 단념하는 듯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어른다움이란 대국적 견지에서 스스로는 뒷전으로 물러서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타인에게 이득이 되게 하기 위해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하며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누구든지 한번은 젊고 누구든지 한번은 늙는다. 이만큼 공평한 흐름을 시기하는 것은 탐욕이다.
○ 생활의 외로움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외로움은 노인에게는 공통의 운명이자 최대의 고통일 것이다. 늙어서 금전적으로 고통을 겪던가 하는 사람은 이 외로움이라는 고통에서 면제되는 것이다. 외로움이란 축복 받은 노인에게 부과되는 특별세라고 일단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스스로가 발견할 수밖에 없다. 내경우 40세가 다 되어 배운 도자기 공예가 혹시 잘만하면 노후의 즐거움을 지탱해주는 하나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 생의 한가운데에서
○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를 것
정말로 그 대상에 흥미가 있다면 혼자서 몰두하게 마련이다. 연애나 섹스를 친구와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무도 없어도 어느 날 낯선 동네를 혼자서 산책할 수 있는 고독에 강한 인간이 되고 싶다.
○ 새로운 기계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익힐 것
이것 역시 노화의 정도를 심리적으로 명확히 측정하게 해준다. 심리적 노화와 상당히 비례하는 것 같다.
○ 나이 들어 이혼하면 편안하기는 하나 몹시 외롭다
배우자와 사별했든지 혹은 자신은 원치 않았어도 버림받은 경우는 혼자 살아가는 것에 일종의 체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스스로가 원해 이혼한 사람 중에는 노후에 대단히 쓸쓸한 생활이 있을 뿐이라는 것에 대해 깜짝 놀라는 사람이 있다. 미움조차 때로는 외로움보다는 나은 것일까? 이런 점에 대해서 인간은 미리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 가능하다면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읽는다.
나는 50세가 넘어서부터 초보자용, 전문가용의 한방이나 정체요법, 침구 지압 등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겠지만 가능하면 끝까지 ‘살아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중요한 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한방의 지식이었다. 지금 내 옷장의 한 모퉁이는 한방약이 차지하고 있다. 그때그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약을 복용한다. 초보자가 그런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것을 독학으로 했다. 시간은 충분하므로 이런 독학에 시간을 쪼개 쓰는 것도 시간 이용을 잘하는 방법이다.
○ 자주 버릴 것
인간은 버리는 것에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해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그러나 버리는 그 행위가 귀찮아서 있는 물건을 그대로 두기 쉽다. 일반적으로 물건은 한개 사면 한개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하나를 새로 챙기면 헌 물건 하나는 버려야 한다.
○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물건을 줄여 나갈 것
재산조차 아무 생각 없이 남기게 되면 후에 남아 있는 유족들은 번거롭고 힘이 든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최대의 자식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무엇이든 탐내지 않는다.
실제로 노인들 사이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을 어떤 템포로 사용해가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이다. 빨리 죽을 거라 생각했으나 너무 오래 살아 돈 한 푼 없이 여생을 보내야 한다면 비참한 일이라는 구실 하에 아주 인색하게 검약하며 생활하다 결국은 자신이 저축한 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죽어 가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나는 지금 노년인 나 자신에게 분명하게 선언해두고 있다. 90세까지 산다는 계획 하에 그동안 다 써버릴 요량으로 계산해서 그 후의 일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그만큼 산다면 그 다음은 길거리에 내팽개쳐져도 그만이다.
○ 화초 가꾸는 일만 하면 빨리 늙는다.
모든 문학을 이해하는 능력이란 청년의 것이 아닌 노년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헤리키아’란 ‘수명, 그 직업에 적합한 연령, 신장’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헤리키아’라는 말이 갖는 세 가지 요소를 인간의 힘으로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직업에 적합한 연령을 생각해 보면 노년에 유리한 것도 있다. 독서나 철학을 하는 것의 헤리키아는 노년이다. 사람을 마음을 사로잡는 일도 역시 그렇다.
○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 이었다.라는 말들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 그 집이 깨끗하며, 목욕탕과 화장실이 있으며, 건강을 해칠 정도의 더위와 추위에서 보호되며, 매일 뽀송뽀송한 이불에서 잘 수 있고, 누추하지 않은 옷을 입을 수 있고, 영양이 골고루 섞인 맛있는 식사를 하며,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병이 들었을 때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지구 수준에서 보면 ‘대단한 행운’이었다.
○ 여행을 많이 할수록 좋다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어디서 죽든 마찬가지이다. 고향에서 죽는다고 해서 무엇인가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구는 둥글게 이어져 있다. 외국에서 죽으면 돈이 든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요즘에는 그것도 준비해두면 간단하다. 자필의 화장 승낙서를 휴대하고 다니면 된다. 그렇게 하면 어느 나라에서건 화장하여 유골로 만들어 준다. 항공회사가 싼 가격으로 작은 상자에 넣어 일본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자신의 동네에 애정을 가질 것
시골의 모습 그대로 좋아 할 수 있는 사람은 시골 출신자들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향에 대한 동경이지 은둔은 아니다. 그들은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알고 있다. 더위와 추위, 비바람, 농작물의 고된 일, 생활의 불편함, 이러한 것들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시골 생활에도 적극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무엇과도 맞서지 않고 그저 조용한 자연 속에 놓여지는 것은 버려진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머지않아 노인들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깨끗한 공기보다는 아마도 인간다움이며 붐비고 혼잡스러운 도시의 분위기일 것이다.
3. 죽음을 편안하고 친숙하게
○ 최후는 자연에 맡기는 것이 좋다.
어느 고명한 의사의 말이다 “노인에게는 해서 안 되는 의료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관절개, 그것을 하면 말을 할 수 없게 되지요. 말이란 최후의 순간까지 남겨주어야지요. 또 하나는 점적주사(관을 주입해 음식물이나 영양을 공급하는 것)인간은 ‘호메오타시스’라고 하는 자연히 스스로 자신의 몸을 조절해서 살아가도록 작용하는 일종의 기능이 있죠. 점적은 그것을 교란시키고 때로는 우리 몸의 세포가 수포가 되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수도 있지요. 그렇게 되면 호흡까지도 힘들게 됩니다.”
○ 노인의 세 가지 적 -유동식, 점적, 휠체어- 을 거부하는 것에는 본인의 기력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좋겠지만 이를 악물고라도 걸으려 하는 사람은 분명하게 자신의 원하는 바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 인간적인 죽음의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줄 일이다.
죽음의 방법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온 힘을 다해 죽는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노인에게 유일한 어느 누구에게라도 가능한 최후의 남겨진 일이다.
○ 죽는 날까지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최고의 행복
육체적 노동과 더불어 두뇌의 노동도 실은 중요하다. 육체보다는 뇌의 노화가 빠르게 40대부터 시작되는 사람을 가끔씩 본다. 가정주부는 책을 읽지 않게 되고 연구심이 결여되며, 끈기가 없어지고 쉽게 남의 소문을 믿으며 그것을 화제로 삼으려 하게 된다. 두뇌를 단련시키는 최상의 방법은 끊임없이 저항의 상태에 자신을 놔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불쾌한 생각을 체험하는 것이다. 가정은 이런 면에서 방파제 안과 같아 도리어 나쁜 환경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하게 되어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마음으로부터 감사할 일이다. 그만큼 심신에 활력을 주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 돈이 다 떨어지면 최후에는 길에 쓰러져 죽을 각오로
돈이 얼마 없는 노인들이 몇 살까지 살지 알 수 없으므로 지금 있는 돈을 쓸 수 없다며 아무것에도 쓰지 않고 평생 검약만 하면서 살고 있는 예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 만일 돈을 써버린 후에도 목숨이 붙어 있고 그런데도 주변에 자신을 돌보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때야말로 더 이상 이런 박정한 세상에 살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길에서 쓰러져 죽을 결의만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돈도 적당히 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찔끔찔끔 돈 내놓기를 주저하고 일전 한 푼도 쓰지 않다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남겨두고 딱하게 죽는 도리 밖에 없다.
◎ 1982년 두 번째 후기(작가 52세 때)
나는 요즘 만년에 있어 필요한 네 가지를 허용, 납득, 단념 그리고 회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각 항목은 부분적으로 이런 것들을 언급하고 있다.
즉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선과 악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허용이며, 내 자신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상황을 정성을 다해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 납득이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신의 의지를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에서 보고자 하는 노력이다.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은 어떠한 인간의 생애에도 있으며 그때 집착하지 않고 슬그머니 물러날 수 있다면 오히려 여유 있고 온화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단념이다.
그리고 회귀란 사후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無라도 좋으나 돌아갈 곳을 생각하지 않고 출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1996년 세 번째 후기 (작가66세 때)
노년은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지 어떨 지에 대해 책임이 있다. 병과 건강, 빈곤과 풍요로운 어느 쪽이 좋은가 묻는다면 물론 후자 쪽이 좋다고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정말이지 우리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재능도 돈도, 옷도, 건강도 어느 것 하나 지니지 않은 채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아주 조그마한 것일지라도 지금 내가 뭔가 지니고 있다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은혜라 아니할 수 없다. 노년의 행복은 이런 판단이 가능한가, 어떤가 일 것이다. 노년의 행복은(정신이 흐려질 때까지는) 어린아이들과는 달리 스스로의 행복을 발견하는데 책임이 있다. 인생의 마지막 기량을 보여줄 부분이다.
♥ 후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 생각 했던 관점들을 작가가 옆에서 이야기해 주는듯한 느낌이었다. 어느 신문에선가 시어머니에게 권하고 싶은 책 1위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동감한다.
작가가 40대에 쓴 글이라 지금 나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명랑 하라.’ ‘자신의 동네에 애정을 가져라.’, ‘자주 버려라.’ 등이 나의 실천 항목 우선순위에 들어가 있다.
# 40세가 넘은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으시든가, 아니면 위 내용이라도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사이버스타>